이번 책은 단순히 교양을 쌓는다든가 힐링을 느끼기 위해 읽은 것이 아니라 전공 분야와 관련이 있거나 지금 하고 있는 직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직무교육의 일환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은 공급망 관리의 성공 전략으로 나는 현재 기업에서 통관 분야를 담당하는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통관과 SCM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일부 업무의 경우 MRP부터 BOM까지 의외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사실 입사 후부터 쭉 통관/관세 업무만 맡아왔는데 좀 더 물류 부분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어서 해운물류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졸업은 못했어…) 해운물류를 공부할 때도 구매라든가 유통이라든가 계속 관련 업무에 관심을 갖고 또 자격증도 몇 개 취득했는데 계속 공부의 폭을 넓혀가다 보니 결혼을 계기로 학습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관련 분야를 하나씩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SCM을 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이 책을 접하게 됐다. 참고로 이 책은 물류나 구매 실무를 다룬다기보다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차원에서 공급망에 접근하는 책이기 때문에 오해가 없으면 된다. 첫머리에 통관이니 해운물류니 하는 이야기를 써서 오해를 사지 않을까 사전에 밝힌다.
저자 주호재 씨는 책을 펴보면 삼성SDS에 근무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SDS 고객사인데 지나가는 만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 기업 운영 시스템과 관련해 10여 권의 책을 이미 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10권이나 쓰다니 대단한 분이다.
책은 크게 개념편과 실전편으로 나뉜다. 개념편에서는 공급망 관리의 정석을, 실전편에서는 마법사와 광대를 부제로 하고 있다. 저자는 공급자, 수요자의 개념에서 출발해 거미줄을 하나둘씩 달아간다. 수요-공급, 실적-계획,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의 폭을 넓혀간다. 저자는 간단한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요와 공급을 최대한 맞춰 리드타임을 최소화하고 계획과 실적을 끊임없이 관리하는 것이다. 중간에 삽입된 삽화는 단순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이해를 높일 수 있어 좋았다. SCM에 대해 저자는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두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많이 파는 것, 둘째. 원가를 최대한 줄일 것. 그런데 이들을 하려면 SCM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SCM의 본질이 된다.
이 책은 좋은 이론서이고 저자도 훌륭한 컨설턴트지만 실무에서는 이론과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책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통제와 유도 편에서 유도로 제시된 KPI이다. Key Performance Indicator인 만큼 핵심 성과지표지만 실무에서는 KPI 선정이 매우 어렵다. Key도 아니고 Performance이긴 하지만 자신의 Performance가 맞는지 불투명하고 Indicator인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센티브 설정이 구체화되고 명확하지 않으면 설계된 유도책이 적절하게 실시되지 않는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리 없다. 이처럼 모든 요소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저자는 이런 부분까지도 주변의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개념편에서는 기본적인 이론을 설명했다면 실전편에서는 더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간다. 여기서부터는 실제 필드에서 뛰는 컨설턴트의 업무 영역이 반영된다. 계획기간, 계획단위, 계획주기로 나누어 수요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한다. 공급에 있어서도 구매, 생산 등 관련 업무 활동을 실시한다. BOM을 해제하고 생산 실행 계획이 자재 소요 계획을 세워 CRM 전체가 다시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SCM 체계가 고도화될수록 두 가지 최적화 요소가 더해진다. 첫째, 표준화되고 자동화된 프로세스가 다양화된다. 동일한 특정 프로세스에 대해 국내 대기업은 프로세스 정의서가 3장으로 정의되는 반면, 카키 로벌 기업은 76장으로 정의되어 있었다. 둘째, 즉각적인 컴퓨터 시스템화이다. SCM이 높은 수준에 도달한 회사는 정의된 프로세스를 바로 시스템화한다. 저자는 여기서도 이해를 돕기 위해 하루하루 바나나를 예로 들었다. 숙성도에 따라 왼쪽부터 하루에 한 개씩 먹는 바나나인데 이런 부분을 예로 들어 설명한 저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것 같다.
SCM을 개념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대학과 같은 정규 교육기관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무에서 접하는 내용과 또 괴리가 큰데, 이렇게 전문 컨설턴트가 직접 쓴 책을 읽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SCM을 처음 접하거나 이미 현장에서 접하지만 자신이 없는 사람 등이 이 책을 읽어보면 유용할 것이다.
- 이 글은 성안당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