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대신 미국 경제를 믿고 미국 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석유 철도 보험사처럼 오랫동안 검증된 사업을 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버핏은 이미 옥시덴탈페트롤륨, BNSF철도, 가이코 같은 기업에 투자했으며 애플을 제외하고는 기술주를 기피하고 있다. 버핏이 스팩 주식이나 NFT, 코인 등을 투자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오랜 파트너 찰리 멍거도 지난 2월 VC와 암호화폐의 ‘괴로운 과잉’을 비판했다.
그런 워런 버핏, 찰리 멍거,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가 새로운 간접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고 있는 파일럿(Pilot)이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코디악 로보틱스(Kodiak Robotics)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미국 테네시를 기반으로 미국 44개 주와 캐나다 6개 주에서 750개 트럭 휴게소 체인을 운영 중인 파일럿이 코디악 로보틱스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투자금액과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파일럿이 최대 전략적 투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파일럿>
source: 파일럿
이 투자는 파일럿을 통해 자율주행 트럭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버크셔 해서웨이가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타지 않은 18륜 트럭이 승용차와 뒤섞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심지어 다소 무서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런 세상이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코디악 로보틱스 홈페이지 메인화면>
source: 코디악 로보틱스
코디악 로보틱스는 이미 댈러스와 애틀랜타를 포함한 6개 도시에서 운전자가 탑승한 트럭을 운행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안에 코디악은 완전 자율주행 대형 화물트럭을 운행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사실 양사는 전략적 투자 이전부터 협력해 왔다. 현재 애틀랜타에서 연료 공급, 검사, 자율주행 트럭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파일럿 트럭 휴게소가 코디악 자율주행 트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향성도 모색하고 있다.
코디악 외에도 보이스테크놀로지, 아우로라이노베이션 등 많은 스타트업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트럭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특히 오로라(Aurora Innovation)는 이르면 내년 운전자 없이 운행할 수 있는 트럭을 공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기업이다. 현재 오로라와 보크는 SPAC 상장돼 있으며 투심플은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등장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모두 첫 거래 이후 75% 이상 하락했다.
<오로라 이노베이션 주가 추이>
source: Google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트럭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대두되고 있었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토와 물동량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트럭 운전사)으로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계상으로도 미국의 트럭 운전사는 8만 명이나 부족!
또 미국에서는 대형 트럭 사고가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도 항상 지적돼 왔다. 미국 도로교통안정청에 따르면 2019년 대형트럭 추돌사고로 15만9,000명이 부상했고 2021년에도 5,600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버핏이 직접 투자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버핏이 소유한 회사가 이 같은 미래 기술에 투자했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해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내 트럭 사고 통계>
source: F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