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행 편도가 400만원? 210배 폭등한 미친 중국 항공권[날았다 날았다]

중국 정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유로 운항제한 티켓을 미리 구입해 놓은 여행사를 넘어선 판매 정상 운임의 2~10배… 소비자 방통 A씨는 9월에 중국으로 가려고 여행사를 통해 200만원 정도를 주고 베이징행 편도 항공권을 샀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중국에 제때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여행사에 항공권 변경 문의를 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200만원 정도의 변경 수수료가 있다”였습니다. A씨는 일단 노쇼(NoShow)를 하더라도, 즉 비행기를 타지 못하더라도 탑승 전까지는 본인이 구입한 항공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A씨는 잠시 후 본인의 항공권을 조회하다가 깜짝 놀라요. 여행사가 마음대로 A씨의 항공권을 취소해버려 해당 좌석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놀란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인천베이징행 항공권이 200만원이나 한다? 2) 변경 수수료가 200만원이나 된다? 3) 분명히 내 티켓인데 여행사가 마음대로 티켓을 취소해버렸어?

오늘 ‘뜬뜬뜬’ ‘변비행’에서는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중국 항공업계와 중국 노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백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호가가 높은 중국행 항공권의 중국 정부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한다는 이유로 베이징과 칭다오, 옌지 등 주요 노선의 항공기 운항 횟수 및 좌석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제한 방법은 자치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항공기 좌석 공급이 여객 수요에 훨씬 못 미쳐 항공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11일 항공 및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행 항공권이 항공사가 공시한 운임보다 2~10배 정도 높게 형성돼 팔리고 있습니다. 사업차 중국 베이징에 가야 했던 B씨는 편도 50만원 정도였던 인천~베이징 편도 항공권을 약 20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비쌌지만 일정 때문에 견뎌야 했어요. 한 중국 동포는 “코로나19 이전 20만~30만원 정도였던 칭다오행 항공권이 편도 150만원 이상에 팔린다. 베이징행은 한때 300만~400만원에도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왕복이 아닙니다. 편도입니다. 여행 관련 카페에서도 “항공권 가격이 3~4배 오르는 것은 애교(?) 수준” “여행사마다 가격이 천차만별” 등의 불만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한 대형 항공사의 인천~베이징행 공식 운임표를 살펴봅니다. 9월 현재 이코노미 클래스의 왕복 기준 운임(연유 할증료 및 세금 포함)은 75만~87만3200원입니다. 편의상 이를 반으로 나눈 가격이 편도요금이라고 해도 편도 200만원은 공시운임의 5배나 되는 가격입니다. 인천~베이징 항공권의 편도 요금이 400만원을 넘을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 평균 운임보다 10배 이상 수준으로 항공권이 팔린 겁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중국의 각 자치구가 항공기 운항 횟수 및 탑승 승객 수를 제한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긴 것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베이징, 칭다오, 옌지, 웨이하이, 톈진, 광저우 등의 공항에서는 국제선 운항을 항공사당 주 1회만 허용하기도 합니다. 항공기 승객을 전체의 70%만 태우는 것으로 제한하는 곳도 있지요. 한 지역의 경우는 하루에 국제선 항공기가 총 3회만 운항합니다.

게다가 일부 중국 공항은 코로나19 방역 및 검역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운항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항공기가 한번 내리면 일반적으로 모든 승객이 내려 입국심사를 하는데,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승객을 항공기에 있으라고 한 뒤 30명 또는 50명씩 내려 입국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입국을 모두 하려면 2~3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입국자 수와 항공기 편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징 공항에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서 있다. 원대영 기자 [email protected] 항공권 가격이 폭등한 두 번째 요인은 일부 중국과 한국 여행사의 얌전한 영업(?) 때문입니다. 항공사는 항공 당국에 신고한 운임으로만 항공권을 팔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항공사는 비싸게 표를 팔고 싶어도 받을 수 있는 가격의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사는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미리 좌석을 선점하거나 일반인보다 일찍 좌석을 확보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업계에서 블록을 준다는 말이 있는데 항공사가 여행사에 일부 좌석을 배정해주는 겁니다. 여행사는 또 언제 어느 노선의 좌석 예약이 시작되는지 일반인보다 먼저 알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베이징의 경우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항공권 예매를 오픈해야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항공사가 스스로 특정 노선에 대한 좌석을 열 텐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OO월OO일OO시에 좌석을 열어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여행사가 이런 정보를 먼저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좌석을 많이 가져갈 수 있었다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이후 일부 여행사는 가격을 올려 고객에게 판매하게 됩니다. 여행사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항공기의 좌석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심각하기 때문에 부르는 것이 값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시국에 왜 중국을 가느냐?”라는 분도 계실 텐데요. 교민이나 유학생, 기업이나 사업 관련 업무로 중국에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폭리의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항공사는 여행사 중 항공권을 비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곳과 계약을 끊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여행사끼리 재판매해서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큰 여행사나 이름이 알려진 여행사는 배짱 있는 영업을 할 수 없다. 그런데 군소 여행사나 중국 여행사 중 한 방을 노리고 비합리적으로 항공권을 파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가격을 비싸게 불러도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보니 항공권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항공사들이 여행사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다양한 꼼수를 통해 항공권을 파는 경우도 많아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입국을 위해 검사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대영 기자 [email protected] 국토교통부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항공사에 “여행사 판매 채널 관리를 잘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런데 일부 여행사의 이런 폭리를 규제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사실 없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도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관리비가 더 드니까 이러쿵저러쿵 가격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며 “정부가 이를 규제한다고 하자. 어느 가격까지는 가능할지를 어떻게 결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를 통제할지는 쉽지 않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시장에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국행 노선에 대해 특별히 ‘여행사 없이 일반인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고 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여행사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항공사는 수익과 탑승률 향상을 위해 여행사에 좌석을 일부 배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해 항공사의 손익에 영향을 주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종의 ‘가격 통제’를 하는 것인데 브로커나 암표 등 또 다른 시장 교란이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게재된 하이난 성 싼야 국제공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긴급 봉쇄로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면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이 공항 바닥에서 자고 있다. 웨이보 캡처

환불 및 변경 수수료? ‘여행사 마음대로’ 환불이나 변경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에서 보듯 A씨가 항공권 변경을 요구하자 여행사는 변경 수수료를 200만원이나 요구했습니다. 항공사도 200만원이나 변경 수수료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인데요. 취재를 해본 결과 A씨가 산 항공권은 항공사가 처음 판매했을 때는 변경 수수료가 없었던 표였습니다. 그래서 A씨가 티켓을 항공사로부터 직접 구매했다면 변경 수수료 없이 일정을 바꿀 수 있었는데 여행사가 재판매하면서 임의로 수수료 규정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행사가 얼마에 팔고 어떤 규정을 두는지 항공사나 항공당국이나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 평소 같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A씨의 경우는 “내 티켓을 취소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는 임의로 A씨의 티켓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행위라는 지적입니다. 취재 결과 해당 한국 여행사는 해외 다른 여행사와 거래를 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A씨의 티켓을 임의로 취소한 한국 여행사가 어떤 이득을 봤는지는 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중국 관련 민원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항공권 브로커까지 등장했다는 얘기도 있다”며 “여행사 정책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서는 중재를 할 수 있다. 사전에 각종 규정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녹음이나 계약서 등을 증거로 남겨야 중재 또는 보상받기에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해외 국가들이 코로나 이후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중국 항공업계는 여전히 봉쇄와 제한 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여행사의 얌전히 영업을 단속한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행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에는 중국행 항공권을 깎아준다는 광고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가야 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변종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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