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집트 수도원 양피지 문서에서 숨겨진 텍스트의 희미한 흔적이 다중 스펙트럼 이미징에 의해 밝혀졌다.(출처: Museum of the Bible 외)
수천년간 실종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별지도 중세 필사본에서 발견
고대 최고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의 별 목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완전한 별 지도의 일부가 발견되었다. 중세 양피지 텍스트 아래에서 발견된 지도 부분은 오랫동안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졌던 기원전 2세기 별 목록의 사본으로 추정된다.
밤하늘 전체를 도표화하려고 처음 시도한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가 남긴 별 지도 일부가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있는 성녀 카탈리나 수도원에 있는 코덱스 클리마치 레스크립투스(Codex Climaci Rescriptus) 문서 중 9장의 페이지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
코덱스는 쓰여 있던 글자를 긁어내고 그 위에 고쳐 쓴 양피지를 말한다. 즉 원본 문서는 구약과 신약 이야기를 들려주는 팔레스타인 아람어 텍스트집을 위해 양피지에서 깎인 것이다.
연구자들은 심지어 초기 기독교 텍스트가 페이지 아래에 묻혀 있다고 생각했지만 심하게 퇴색되고 긁힌 흔적을 다시 보여주도록 한 것은 다중 스펙트럼 기록이었다. 원고 페이지는 다른 파장과 다른 각도의 빛으로 조명돼 촬영됐다. 문자 잉크는 상태와 나이에 따라 다른 양의 방사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대비가 강화되고 심하게 퇴색된 텍스트도 다시 읽을 수 있다.
멀티 스펙트럼 이미징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바로 북쪽 왕관좌의 길이와 폭, 가장 먼 뿔별 좌표를 나타내는 숫자를 발견한 것이다.
빅토르 지잔베르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대표 저자와 그의 동료들은 도표 부분에서 좌표를 읽은 뒤 도표에서 나온 지구의 세차 운동 데이터를 사용해 내용을 식별했다. 이들은 시간을 되돌리고 숨겨진 글자들이 묘사한 정확한 지점에서 북쪽 왕관의 자리가 빛났던 해로 돌아가 해당 별을 알아냈다.
지장버그 대표의 저자는 “여기에 별 좌표가 있음이 즉각 밝혀졌다. 그리스어 텍스트는 별자리 북쪽 왕관좌의 경도와 위도를 설명하고 별의 위치에 대한 각도를 제공한다. 설명된 별의 위치와 주어진 특별한 유형의 좌표로 연구자들은 이 선의 저자가 히파르크스임에 틀림없다고 결론지었다. 천문시대와 용어는 이러한 좌표가 히파르코스로부터 왔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팀은 기술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연구 결과를 천문학 역사저널에 10월 18일 게재했다.
잃어버린 첫 번째 별 목록
정확한 별자리 좌표에 따라 좌표가 기록된 날짜(약 기원전 129년)를 추정할 수 있게 되자 연구원들의 흥분은 더욱 커졌다. 히파르코스는 고대 세계 최고의 천문학자였다.
과학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파르코스(BC190120)는 말년의 대부분을 로도스 섬에서 천문 관측에 보냈다. 그의 생애에 관한 문서는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해와 달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모델링하는 듯한 인상적인 작업을 비롯해 세차운동 발견 등 수많은 천문학적 업적을 남겼다.
그는 별을 측정하기 위해 별의 밝기 척도를 창안하여 삼각법 발전에 기여하고 천체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할 수 있는 휴대용 디스크 형태의 장치인 아스트롤라베를 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원전 134년 히파르코스는 밤하늘에서 놀라운 것을 보았다. 예전에는 비어 있던 공간에 새로운 별이 나타나 반짝이는 것이었다.
고대 로마의 유명한 박물관학자이자 군 사령관인 다플리니우스는 “이 별이 광채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이것이 자주 일어나는 일인지, 우리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별들도 움직이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는 히파르코스의 언급을 그의 책 <자연사>에 옮겨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는 대담한 일을 했고, 그것은 신도 모욕하는 것이었다. 그는 굳이 후세를 위해 별의 일정을 잡고 목록에서 천체의 이름을 표시해 천체의 위치와 밝기를 나타내는 기계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히파르코스는 계속해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850여 개의 별 목록을 작성해 정확한 위치와 밝기를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완전한 별 목록을 과거 천문학자들이 취한 보다 단편적인 개별 별 측정치와 비교함으로써 먼 별이 원래 위치에서 두 번 이동했음을 확인했다.
그는 별의 겉보기 위치가 이동하는 이유를 정확히 결론 내렸다. 그것은 지구의 세차 운동 때문이었다. 지구는 팽이처럼 자전축을 중심으로 72년마다 한 번씩 움직이는 세차운동을 하고 있다.
2. 시나이 반도의 성녀 카탈리나 수도원. 지난 6세기 수도원의 양피지 문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별지도가 발견됐다.(출처 : JonSellers / AlamyStock Photo)
히파르코스의 유명한 별 목록은 대부분 망실되었고 일부 내용이 다른 문헌에 남아 있을 뿐이다. 특히 파르네세 아틀라스로 불리는 2세기 이탈리아 대리석 조각품의 어깨 위에 있는 지구본에 히파르코스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 사본은 지금까지 분실한 상태였다.
히파르코스의 별 지도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로마 천문학자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가 300년 뒤 펴낸 천체목록 ‘아르마게스트’ 참조였다. 이 책은 1200년 동안이나 진리로 여겨져 온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회전한다는 ‘천동설’의 바탕이 된 천문학 고전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책 서문에서 히파르코스로부터 별 데이터를 넘겨받아 그를 ‘가장 위대한 진리의 연인’이라고 불렀다.
1도 이내에서 정확한 별 좌표
이러한 다양한 증거는 중세 코덱스 아래에 숨겨진 텍스트가 오랫동안 히파르코스의 잃어버린 항성 목록의 일부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증거는 매우 명확하며 히파르코스 항성 목록을 재구성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새로 해독된 텍스트는 그리스 천문학자의 항성 좌표가 이미 1도 이내에서 정확했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이 정도 정확도는 훨씬 큰 오류를 예상할 수 있어 놀랍다”고 밝히며 “히파르코스 목록은 분명히 프톨레마이오스 목록보다 훨씬 정확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정확성이 이토록 많은 후대 고대 작가들이 히파르코스 데이터를 인용한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망원경이 발명되기 훨씬 전에 히파르코스가 어떻게 그런 정확한 별 지도를 만들 수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적도좌표를 사용했기 때문에 적도축척 혼천의(天天義)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생각한다. 이러한 아스트롤라베는 위치 측정을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링 모양의 측정침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추가 양피지를 분석하면 고대 천문학자들이 어떻게 일했는지에 대한 더 많은 단서를 제공하고 별 목록의 더 많은 부분을 발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코덱스 클리머치 레스크립트스의 일부 폴리오 페이지는 아직 해독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자세히 조사되지 않은 성녀 카탈리나 수도원의 긁은 양피지가 100장이 넘는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발견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