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 앞에서 상기원의 심지영 박사(왼쪽), 대경산 앞의 김경호 연구소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ESS(에너지 저장장치, Energy Storage System)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정부는 2017년부터 ESS 화재가 23건 발생하자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9년 1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2019년 6월 1차 조사 결과에 이어 2020년 2월 2차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배터리였다.
대경산전(대표이사=김대호)은 배수 전반(발전소에서 전력을 받아 나눠주는 전력시스템), 태양광발전시스템, ESS 등을 생산하는 전문업체다. 당연히 ESS 화재사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재를 예방하는 사전감지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였고 그렇게 해서 생기원의 문을 두드리고 협업이 이루어졌다. 대경산전이 보유한 ESS 설계기술 및 미세신호 감지기술과 생기원 전북본부 탄소소재 응용연구그룹 심지영 박사의 전자기력 기반 고속 성형·접합기술이 융합돼 ‘ESS 미세 아크 감지시스템’이 완성됐다.
국내 최초의 금속 엠보싱판을 이용한 미세 아크 감지 시스템 설계 ESS는 잘 알려져 있듯이 수많은 배터리와 커넥터, 그리고 전원 조절 장치 등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이런 구조 때문에 각 배터리에서 작은 불씨인 아크가 발생하면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어 ESS 전체로 번지기 쉽다. 따라서 미세 아크 발생 시 빠르게 감지해 시스템 작동을 멈추고 대형 화재를 예방하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시스템 개발을 위해 대경산전은 생기원이 두 가지 안을 동시에 고려했다. 1차적으로 아크 자체의 발생을 줄이는 방안과 일단 발생한 아크를 조기 발견해 대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방안이었다.
연구팀은 우선 배터리 간 연결에 사용되는 커넥터 체결부에서 발생하는 아크를 예방하기 위해 완충부가 있는 배터리 커넥터 제작에 나섰다. ESS는 통상 옥외에 설치되지만,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나 진동으로 커넥터 체결부가 느슨해져 에너지전달효율이 감소해 결국 과부하에 의한 화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 트레이 커버 안쪽에 피라미드 엠보싱 구조의 아크 포집기를 만들었다. 미세 아크가 발생했을 때 빛의 반사를 통해 센서의 감지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 심 박사는 광학 해석을 통해 아크 신호를 80%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엠보싱 가공판 형상구조를 발견했다. 심 박사는 설계된 피라미드 엠보스 구조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엠보싱 구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는 신기원, 심지연 박사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배터리로 꽉 찬 ESS 내부에 아크가 발생했을 때 센서가 이를 감지해 시스템 차단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미세 아크의 경우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반사율이 높은 금속판 끝이 뾰족한 피라미드 엠보싱 구조를 성형하면 아크의 반사를 통해 센서 감지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ESS 내부에 다량의 아크 감지 센서를 부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배터리 트레이 커버에 장착되는 아크 포집기의 소재 선정도 중요한 과제였다. 최근 자외선 검출에 따른 아크플래시의 사고 검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참고로 자외선 반사율이 90% 이상인 알루미늄을 선정했다. 그러나 프레스 성형으로는 찢어짐 등 문제가 발생한 엠보스 구조의 판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신율이 좋은 소재로 바꾸었을 때는 단가가 상승해 적용이 어려웠다. 알루미늄을 엠보싱 구조로 성형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알루미늄판재 엠보싱 성형·커넥터 접합에 전자기력을 이용한 고속가공기술 적용 심 박사가 보유하고 전자기력을 이용한 고속가공기술이 모든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었다. 완충부가 달린 배터리 커넥터 제작을 위한 이종 소재 접합과 알루미늄 난 성형 문제에 모두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충전된 고전적 에너지를 수백마이크로초(s) 안에 방전하면 코일과 가공재 사이에 전자기력이 발생하며 가공을 위한 전자기력이 발생한다. 전자기력으로 소재는 200m/s 이상의 고속으로 성형이 이루어지는데, 국부 가열에 의한 순간적 성형성 개선으로 뾰족한 피라미드 엠보싱 구조의 실현이 가능하였다. 또 전자기력을 이용해 소재와 소재를 고속으로 충돌시키면 소재는 유체처럼 변해 순간적으로 접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이 배터리 커넥터와 알루미늄 완충부를 접합해 이종 배터리 커넥터 제작 문제까지 해결했다.
이번 공동연구에 대해 대경산전 기술연구소 김경호 연구소장은 이렇게 평가했다.센싱 기술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중소기업 때문에 성형 접합에 인력을 새로 충원하거나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이때의 아이디어를 제품 개발로 연결한 것이 바로 생기의 원천이었다. 기업이 채우기 힘든 공백을 메워줬다.

배터리 커넥터(왼쪽)와 피라미드 엠보싱 구조의 뚜껑(오른쪽)의 내부 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산전은 이번 기술지원을 통해 회사의 신성장동력인 ESS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의를 갖고 있다. 특허출원 3개, 신규 직원 3명 고용 창출, 관련 제품 매출 9억원 달성 등 성과도 컸다.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상용화를 위한 실증시험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관공서와 태양광 발전소 등에 납품되면 내년 목표 총매출 3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대경산전은 판단하고 있다.
제품 개발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생기원 덕분에 든든한 생기원인 심 박사의 기술은 ESS뿐 아니라 대경산전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태양광발전 시스템에도 적용됐다. 신제품 개발 중 반복된 전기화재의 원인이 터미널 압착불량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기력을 이용한 터미널 압착기술을 심 박사로부터 소개받아 활용하게 됐다.
김 연구소장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 내 터미널이 적용된 선로는 500회선이 넘었지만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돼 품질 균일성이나 압착품질 등이 좋지 않아 접촉저항이 증가하면서 화재가 일어나는 문제가 있었다”며 “터미널의 내구성이 필요한 제품에는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SS와 태양광의 국내외 시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코로나로 인한 국내외 상황이 호전되면 제품의 강화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자가전력에 어려움이 많은 동남아 지역으로의 수출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미 태국, 필리핀,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나라의 ESS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베트남 하노예 지사도 운영하고 있다.

김경호 전 대경산 연구소장이 생기원과의 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내외에 공개된 각종 신기술, 신제품에 비해 제조원가가 낮고 미세 아크도 감지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준 생기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작은 문제라도 함께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이번에 개발한 ESS 미세 아크 감지 시스템이 대경산전의 날개가 돼 국내외로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