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Us and Them, 2018) 리뷰넷플릭스 영화 추천 먼 훗날

하와이행 신혼여행 비행기에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보고 눈물을 흘린 후 대만이나 중국영화, 더 정확히 말하면 드라마나 로맨스 장르에 빠져버렸습니다. 작년 겨울에 <소년시절의 너>라는 중국영화를 너무 인상깊게 봐서 오빠와 함께 다시 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에는 없어! 대신 <소년시절의 너>에서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추동우의 출연작 <먼미래 우리>를 만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동양 감성의 <라라랜드>가 순간 떠오르기도 했는데, 낭만적인 그것에 비하면 훨씬 치열하고 청춘의 밑바닥까지 본 기분으로 이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영화를 보지 않은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春節)를 맞아 고향으로 향하던 샤오샤오는 기차에서 또래 린젠칭과 동향 사람들을 만나며 베이징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맨주먹으로 고향을 떠나 꿈을 쫓기 때문에 베이징에서 그들을 받아들일 곳은 없어 보입니다. 베이징에서 의기투합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도시를 떠나 귀향해 안정된 자리에 오르기 시작했고, 베이징 출신의 돈 많은 남자를 붙잡아 집취하려는 샤오샤오효와 게임 개발에서 당당히 성공하고 싶어하는 린젠칭만 남아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시원보다 못한 임건청의 단칸방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 샤오샤오효. 우정과 사랑 사이의 줄다리기 끝에 그들은 연인이 됩니다. 샤오샤오는 돈 버는 솜씨는 자신이 좋으니 린젠칭에게 꼭 게임에서 성공하라고 했고 린젠칭은 샤오샤오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함께 생활 전선에 뛰어들지만… 서로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힘들지 않고 버려진 소파 하나에도 행복한 그들이었습니다.

고향에 안착한 친구들과 달리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도시의 바닥 생활에 임건청은 자책감을 느끼며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지쳐있던 샤오샤오는 마침내 그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연인을 잡지 못하고 떠나보낸 후 임건청은 왜 하필이면 소가 없어지자 외양간을 고치는지 샤오샤오와 함께 행복했던 시절에 기획한 이야기를 완성하고 인생역전을 하게 됩니다. 린젠칭은 그렇게 샤오샤오가 정착하고 싶어 했던 베이징 집을 사서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아버지와 함께 살자고 하는데. 이미 도시 바닥에서 서로의 바닥을 샅샅이 보고 받은, 그 시대의 상처가 컸던 탓인지 샤오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북경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그 무렵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진리의 말씀이 있습니다 임건청은 친구 시절부터 베이징 남자에게 결혼해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노래한 샤오샤오를 보았습니다. 샤오샤오를 (물질적으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베이징에서의 성공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겠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둘 사이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욕망과는 달리 현실의 벽은 너무 견고해 동향 친구와의 격차가 생기고 추락하는 순간, 삶의 밑바닥 순간에도 곁을 지키던 소소절마저 놓아버립니다. 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야 각성하는 걸까 (…) 기구한 인연 그런데 샤오샤오는 소위 수집, 도시 남자를 잘 만나 삶을 개척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둥지를 바랐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도 찾지 않는, 아버지의 영정만 걸린 쓸쓸한 고향집으로 매번 돌아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결핍된 유대감, 안정감, 따뜻함, 소속감, 즉 끈끈한 결속력을 느낄 수 있는 가족과 공간을 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방음조차 되지 않는 인선친구의 단칸방에서도 그와 함께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 행복했답니다. 함께 고생해서 돈을 벌어 돌아와서 웃고 떠들고 사랑을 나누는 지금이 최고의 행복이었던 단순한 샤오효였지만 한편 임건청은 그녀가 원했던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성공한 모습을 아버지와 고향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당신이 옳게 나를 잡았다면? 등 의미 없는 가정을 해 보겠지만 결말이 어땠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이미 린젠틴의 곁에는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서로가 단순히 한때의 사랑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샤오샤오와 린젠틴은 서로 고향이며 가족입니다. 10년 후의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임건청은 소소소에게 ‘어디를 가도 고향에는 가지 못했다.’와 같은 말을 합니다. 베이징에서 성공한 아들이 있고, 그의 아버지가 끝까지 고향에서 작고 허름한 만두집을 고집했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가장 힘든 시간을 함께 겪고 모든 것을 함께 이루어낸 만두집은 아버지의 일생의 추억이 깃든 보금자리였듯이 소소초와 임건청 두 사람은 가족이자 자신감을 심어준 고향입니다. 두 사람이 결혼하기를 바랐던 린스징의 아버지가 샤오에게 유서처럼 남긴 편지에는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너는 이제 우리의 가족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새벽 1시까지 이 영화를 보고 답답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라라랜드>에서는 어쨌든 각자의 꿈에서 성공했지만 <먼 훗날 우리>에서 10년이 지난 후 샤오샤오는 여전히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있었고 린첸진은 그토록 원하던 집과 가족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그가 원했던 둥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평생 고향(샤오샤오)만 생각하면서 마냥 살아갈 겁니다. 사랑, 청춘뿐 아니라 동양적 정서인 가족, 고향, 집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 깊이 밀접한 감상을 받았다. 그리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집’이 가장 큰 이슈이자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젊은이들의 분투가 남의 일이 아니었던 게 사실입니다. 내가 중요한 일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 않나 반성도 했고… 마지막으로 그들은 서로의 행복을 웃으며 기도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지켜준 사람, 내가 평생을 행복하게 하고 싶었던 사람, 안식처 같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니 나에겐 너무나 어색한 새드엔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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