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작가도 코스모스를 완독하지 못했다!

  1. 천문학자의 에세이, 처음 읽는 분야 책이다. 연구를 쟁취하기 위한 분투, 여성 과학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 그러나 그것을 견디며 나아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멋진 모습이 담긴 책이라는 점에서 랩걸이 떠올랐다.
  2. ” 사람들이 좋아했어. 남들이 보기에 저게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에 신나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다툼을 만들어내지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을 바꾸는 영향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 한없이 전파를 흘리며 우주 전체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13p
  3. 이 문장이 정말 좋아서 이 책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별거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대단한) 즐겁게 몰입하는 무해한 사람들을 동경한다는데 작가도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1604년 10월 9일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기록을 남겨 케플러 초신성으로 불리는데, 같은 시기 조선관상감에서도 이를 관측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조상들의 기록은 정말 대단하다. ‘관상감 초신성’이라고 불릴지 모르지만… 아쉽다.

3. 학생들의 편지에 답장을 한 글이 실려 있는데 매우 사려 깊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연습 부족으로 생긴 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함으로써 메워진다는 것. 우리가 구구단을 외워도 인도 학생처럼 19단까지 외울 수는 없지만 곱셈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계산해 보면 19 곱하기 19까지 써내려갈 수 있도록. 힘들 때는 ‘왜 그때 더 잘 못했냐’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는데 그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인생의 다른 면을 돌봤잖아요.- 70p 교수님께 이런 편지를 받으면 정말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도 대학생 시절 교수님께 좀 더 다가가 보려고 노력해 볼 걸 그랬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나에게 교수는 그저 너무 먼 존재였다.

4. 외국 연구자들이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주면서 ‘Enjoy!’를 써서 보낸다고 한다.

” 제 지도교수님은 그런 문자를 받은 뒤 이 사람이 골치 아픈 일을 보내고 뭘 즐기라고 하다니라며 괜히 혼난 한마디를 하시지만 사실 본인도 이미 즐거움에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도 일의 즐거움 중 하나인 것처럼.”-79p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즐거운 일.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것. 그런 거 하면서 사는 인생… 좋은 것 같아.

5. 천문학자 작가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천문학 화학 세계사 종교 당시 미국 사회 분위기까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작가는 읽지 못한 것을 한탄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조금씩 읽는다고 한다.

” 조언은 구할 때 해야 가치 있고 실효가 있듯이 우주의 아름다움도 다양한 지식을 접하고 스스로의 생각이 짜일 때 갑자기 나를 덮칠 것이다.”-87p

명작, 고전이라고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필요성과 지식과 흥미가 맞아떨어질 때 조금씩 소화하면서 읽으면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6. 과학논문에서는 저자를 우리 we라고 칭한다고 한다.

”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속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가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이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당연하다.”-266p

연구를 자기 혼자만의 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자료를 나누고 공유하는 자세가 참 멋지다.

+ 기록하고 싶은 문장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이라고 부르든 134340이라고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소외되며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으로 옮기든 말든 명왕성은 개의치 않는다. 그 멀고 어둡고 추운 곳에서 하트무늬처럼 보여 지구인에게만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빙평원 스푸트니크를 소중하게 품은 채 태양으로 이어진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쥐고 있을 뿐이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중력을 나누며 오랫동안 멈추지 않는 그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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