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고 속 배우 마틴 프리먼은 넷플릭스 셜록으로 왓슨 박사로, 콜린 행크스는 쿠팡 플레이에서 인상적인 연쇄 살인마로 등장했다.밥 오뎅커크는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드라마 베터 콜 사울의 주인공 사울이다.셜록은 시즌1을 보지 못했고 덱스터(시즌8)와 베터 콜사울(시즌5)은 공개된 시즌 모두 완주했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뻤다. 이 밖에 주인공인 경찰 몰리의 아버지도 덱스타에서 본 배우다.
시즌1은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에피소드들의 소제목들은 매우 우화적이고 상징적이며 철학적이기도 하다. 해당 에피소드의 핵심 내용을 골랐을 텐데 나는 아무리 그 의미를 되새기려 해도 모르겠다.

빌리 밥 손튼(론 말보 역 킬러) 무자비한 킬러 론 말보가 트렁크에 팬티만 입은 남자를 태운 자동차를 몰고 아무도 없는 눈 쌓인 도로를 가다가 갑자기 뛰어든 사슴을 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사고로 이마를 다쳐 치료를 위해 갔던 병원 진료 대기실에서 보험회사 영업사원 레스터(마틴 프리먼)를 만난다.
레스터는 한마디로 초췌한 루저다. 동급생인 삼혜수가 고교 4년 내내 괴롭혀도, 마흔이 된 지금 그 아들들이 보는 앞에서 놀림을 당해도, 아내까지 싸잡아 모욕해도 할 말이 없다. 결국 코뼈가 부러져 (센헤스가 직접 때린 것은 아님) 병원까지 왔지만 맞설 용기가 조금도 없다. 그런 레스터를 말보가 부추긴다. 아내까지 모욕한 놈 가만두나 본인의 경험상 코뼈가 부러진 놈은 다음에는 허리를 다치려고 한다고.그런 그에게 레스터는 홧김에 그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 당신은 죽여 주었느냐고 한다.

말보는 참견하며 자기 일을 하는 틈틈이 샘혜수를 죽이고, 그와의 만남으로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 레스터는 세탁기 문제로 아내와 얘기하다가 아내의 조롱과 빈정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망치로 아내의 머리를 후려친다.
이 장면까지는 레스터의 마음과 말보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고, 시동생과 늘 비교하며 남편을 무시하고 성적 모욕까지 가한 아내를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망치로 때린 행동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안하다면서 망치로 두세 번 내리치는 걸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수준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 직후 말보에게 도움을 청했고 우연히 경찰서장이 레스터의 집을 방문함으로써 말보에 의해 경찰서장까지 살해당하게 된다. 레스터는 처음엔 보통사람처럼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파고(무기밀매조직)로 보낸 킬러에게 살해당할 위험에 처했고, 동생마저 자기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전략을 바꾼다. 애꿎은 동생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워 감옥에 보내는 등 정말 그 후 레스터의 심리를 보여주는 행동이나 표정 변화가 섬뜩하다.
부당한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늘 참고 사는 사람, 주위 사람들은 착하다는 말로 그의 천성을 언급하며 상황을 방관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지옥인 것이다. 레스터는 너무 아름다워서 마흔이 되도록 살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저항하면 더 나빠질까 봐 괜찮은 척하며 살아왔을 뿐이었다. 한번 표출되기 시작하면 누구보다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비열한 짓을 자행하는 그를 보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경찰 몰리의 의심을 받고 불안해하면서도 그는 이듬해 보험판매왕에 오르는 등 단기간이지만 그 전과는 전혀 다른 활동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범죄자가 돼야 비로소 자유롭게 온전한 그의 삶을 사는 것 같아 서글펐다.

레스터의 미소 속에서 그래, 이거야! 나쁜 사람이 되면 사람들은 나를 더 존중하고 매력적으로 보는군.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에피소드 10까지 뻔질나게 달아나던 결국 도망자가 되고, 얼음이 깨진 차가운 강물에 빠져 죽고 만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말씨였다. 아무런 원칙 없이 샘 헤스를 억지로 죽인 것도 레스터를 위한 복수라고 볼 수 없었다. 또 도급을 주면 그대로 주지만 나름대로 창의성을 발휘해 벌을 주기도 한다. 우리 내부의 악마적 본성을 건드려 평화를 깨뜨리고 싶은 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지적이기까지 하다. 나름대로 일관성도 있고 가끔 변주를 섞어서 지루함을 달래기도 하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다. 결국 경찰관이었지만 몰리와 결혼한 뒤 자신의 꿈을 따라 우체부가 된 후스에게 살해된다.
그렇게 말보와 레스터가 죽고 몰리의 가족이 거실에서 평화롭게 TV를 보는 장면으로 시즌 1은 끝난다.
또 하나 의문이 있다.레스터는 말보를 다시 만났을 때 왜 자극했을까.모른 척 각자 살아도 되지 않을까?

드라마뿐만 아니라 OST에는 기다려버린 매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곡이 아마 메인 테마의 “Bemidji, MN”일 것 같은데, 너무 좋아.원래 1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못 보고 다음 화를 계속 누르는데 매번 끝까지 봤던 것 같아. 음악을 들으려고… 자막이랑 같이 음악이 나오니까드라마도 좋고 영화음악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