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소 칼럼]’하숙생’ 가수 출신 정치인 1호 최희준의 삶과 노래 [3]
1960년대를 직시하고 서민을 익살과 풍자로 달래다 2020년 8월 7일 박성서
▲ 길 잃은 철새/엄처시하 앨범(신세기가-12809)과 전성기 시절 가수 최희준 씨.
1960년대 허스키 보이스로 등장해 한국 가요계를 미성의 시대에서 개성의 시대로 전환시킨 주인공 가수 최희준(1936.5.302018.8.24). 1961년 ‘우리 연인은 올드미스’를 시작으로 ‘하숙생’, ‘맨발의 청춘’, ‘팔도강산’, ‘종점’, ‘진고개신사’, ‘길 잃은 철새’, ‘뜨거운 침묵’, ‘광복 20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60년대 최고 가수이다.가수 출신 정치인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여의도까지 진출한 인물.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소박하고 또 서민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90년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자신의 지역구가 2명이라고 늘 강조하기도 했지만, “하나는 자신의 지역구인 안양 동안갑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가요계”라고 했을 정도로 가요계 발전을 위해서도 헌신적이었다.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 위원장과 한국문예진흥원장도 역임하고 국민문화훈장 화관장을 수훈받았다.당시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재즈 스윙 리듬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발표하며 끝없는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며 대중음악의 폭을 넓혔다. 마음껏 자유로운 리듬 사이를 드나든 가수 최희준의 삶과 노래, 그 세 번째.Gl 박성서(음악평론가, 언론인)
최희준과 1960년대 드라마 영화 주제가 전성시대 그 멈추지 않는 질주
지난 호에서 거론했듯이 TBC 방송가요대상과 MBC 10대가 수상한 ‘꽃’이라 할 수 있는 최고 인기가수상을 잇따라 수상함과 동시에 펼쳐지는 최희준 시절, 이 무렵 히트한 그의 노래는 대부분 드라마, 영화 주제가였다.그렇게 최희준의 전성기는 드라마와 영화 주제가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다. 문화방송(MBC, 1961년), 동아방송(DBS, 1963년), 동양방송(TBC, 1964년) 등 라디오 방송사들이 잇따라 개국하면서 본격적인 TV 시대가 열리고 이전까지 서민 오락물이었던 악극단의 쇼가 점차 퇴조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안방극장 시대’의 개막과 맞물려 대중가요 판도가 점차 바뀌고 있었다.당시에는 드라마는 재방송까지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드라마 방송 시작 전과 후에 그리고 재방송 시작 전과 후 미디어라고 하면 라디오가 거의 전부였던 시기에 이렇게 하루에 네 번이나 전파를 타기 시작했으니 노래가 히트하는 것도 당연했다. 특히 이런 주제가들은 1분 1020초 안에 1절을 처리해야 했다. 이렇게 짧은 것도 큰 장점이었다.▲ KBS 라디오 인기 드라마 ‘하숙생’의 영화 포스터와 주제가 앨범(신세기가 -12105).지난주호에 소개했듯이 1964년 시각장애인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드라마 진고개신사(MBC), 60년대 뒷골목 청춘들의 사랑과 고뇌를 그린 영화 맨발의 청춘(1964년 김기덕 감독), 60년대 생활 코끼리를 담은 서민들의 드라마 월급주머니(MBC, 1965년), 사형수의 이야기를 그린 뜨거운 침묵(KBS, 1965년), 젊은이들의 꿈과 야망을 그린 가슴을 펴라(라디오, 서울, 1965년)에 이어 하숙생(KBS, 1966년), 종점(1966년)당시 연속극은 사회상을 그린 드라마와 함께 계몽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따라서 가사 속에 사회상과 세태, 시대가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쏙 사로잡은 주제가를 계속 살펴보자.
인생을 하숙생에 비유한 드라마, ‘하숙생’
우리의 삶을 하숙생에 비유해 표현한 코치 최희준의 대표곡으로 K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주제가다. 방송 시작과 함께 대중들의 흥얼거림, 또 앨범에도 나오기 전에 이미 히트한 노래다.1965년 말 전남 여수의 한 공연장에서 관객들로부터 ‘하숙생’을 불러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순간 최희섭은 당황했다. 가사를 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몹시 당황한 그는 일단 관객들에게 사과부터 한 뒤 그날 저녁 방송되는 드라마를 통해 서둘러 가사를 외운 뒤 그날 밤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특히 이 노래는 부를 때마다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연 마지막 순서로 정했다. 드라마가 시작된 지 5일 만이었다. 그렇게 하숙인은 처음부터 분신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이 ‘최희준=하숙생’이라는 등식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인생은 나그네 인도/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구름 흐르듯 떠도는 길에/정일란 두지 않도록 미련 두지 말자/인생은 나그네 도운 흐르듯/정처없이 흘러간다.인생은 벌거벗은/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든지/강물 흐르듯이 여울 가는 길에/정일수 두지 않도록 미련은 두지 말자/인생은 벌거벗은 강물 흐르듯이/소리없이 흘러간다. – 하숙생(김석야 작사, 김호길 작곡, 최희준의 노래) 드라마는 시작과 끝부분에 방송되는 주제가 외에 극중에도 수시로 나왔다. 주인공이 변심한 연인의 집 앞에서 매일 밤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이 노래를 부르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이 얼굴에 화상을 입으면 연인이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주인공은 이후 성형수술을 한 뒤 복수를 위해 바로 옆집에 하숙하면서 아코디언 멜로디로 그녀를 괴롭힌다. 그들의 연인들에게는 추억의 멜로디였다. 그녀는 마침내 뉘우치고 돌아오지만 주인공은 사랑도 증오도 모두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난다는 내용으로 우리 삶 자체를 하숙생에 비유했다.이듬해 정진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신성일, 김지미가 주연을 맡았다. 1970년 제16회 자카르타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김지미)을 수상하였고, 제27회 베네치아 영화제에도 출품되었다.현재 충청남도 천안삼거리공원에 이 노래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인근 천안시 입장면이 극작가 김석야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공처가의 애환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드라마 ‘허수아비 천하’
‘하숙생’의 극작가 김석야씨가 집필한 mbc 드라마 ‘허수아비 천하(1966년)’. 허수아비 천하, 즉 아내에게 쥐고 사는 남편을 비웃는 아내의 변천사를 매우 코믹하게 그린 홈드라마다. 당시 많은 가정이 가부장적인 시절이어서 공처가 에피소드마다 웃음 포인트가 됐다. 맘보, 차차차에 이어 유행한 도돔퍼리즘에 게재돼 ‘공처가’의 애환을 우스꽝스럽게 그렸다.십미혼 때는 부끄러워하던 그의 아내가/첫 출산이던 것이 고양이로 변했구나/눈 밑에 잔주름이 늘어나니까/무서운 호랑이로 변해버렸다/그러나 두고 보니 나도 남자다/언젠가 내 손으로 활약하고 싶다/큰 소리를 냈지만 나는 공처가. 한 살 살다 보면 언젠가 바뀔 날 생기지만/하루하루하루하루 같이 배를 일삼는다/처극성 속에 주눅들고/얼굴밥 세월 속에 청춘이 간다/그러나 두고 보니 나도 남자다/언젠가 내 손으로 활약하고 싶다/큰 소리를 냈다. 코치 최희준 선생님이 발표한 노래에는 이처럼 코믹한 노래가 많다. ‘가불하는 재미에 출근해/월급날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이것저것 빼면 남는 건 빈 봉투/한숨으로 봉투 속을 채우고 사보세(월급주머니, 신봉순 작사, 1965년)’, ‘세상에 태어났을 때 울면 더할 나위 없이 눈물이 도대체 몇 시들었나(위를 올려다보며 걷자, 기름항아리 작사, 1965년)’, ‘날 때부터 고아는 없었다(상처투성이 청춘, 기름항아리 작사, 1966년)’, ‘잘 살고 살지 못하는 게 팔자만 없었다(전국의 산천, 1967년)라고 해서 주동진 작사, 1965년)’ 등등. 이런 노래로 인해 최희준 코치님의 모습이 특히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서민적으로 다가갈지도 모른다.
나는 곰이다, 항상 유쾌한 ‘미스터 곰’
그의 밝고 유쾌한 성격이 노래에도 드러난다. 그가 발표한 또 한 곡의 재미있는 노래가 ‘미스터 곰’이다, ‘미스터 곰’은 TBC 드라마 주제가였다. 유호 작사·이봉조 작곡으로 드라마 제목도 ‘미스터 곰’. 도입부에 “우하하하, 난 곰이야!”라고 호쾌하게 외치며 시작하는 게 일품인 노래다.첫 취업 당시 이 부분이 잘 되지 않아 방송인 김승철의 목소리를 빌려 녹음했다. 하지만 결국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맹렬히 연습한 끝에 결국 이 부분도 최희준 씨의 육성으로 도입됐다.나는 곰이다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 이 노래는 처음 미스터 곰(신세기가-12146, 1967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으나 1970년 나는 곰이다로 제목이 바뀌면서(오아시스 OL-802) 발표됐다.미련 주섬주섬 고민해도 좋다/재능은 없지만 할 일은 다 한다/태산이 높아도 못 올라가다니/길이 험해서 쓰러져도 웃으면서 일어나/쓰러져 코를 다쳐도 울지 않는다/산만 보고 오르는 나는 곰이다.남들처럼 못생겼다 웃어도 좋다/ 재능은 없지만 할 일은 다 한다/ 하늘이 넓지만 내 마음에 비교할까/ 가는 길이 험해도 달려라/ 넘어져 코 다쳐도 울지 않는다/ 산만 보고 오르는 나는 곰이다. -미스터 곰(작사 이봉조 작곡 최희준 노래)의 별명이 진판인 최희준 씨는 그때마다 히트곡에 따라 이름 대신 진고개 신사 노신사 곰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립영화제작소가 제작한 계몽홍보영화 팔도강산▲팔도강산 앨범(신세기가-12150)과 영화 팔도강산 내일의 팔도강산 아름다운 팔도강산 돌아온 팔도강산의 포스터.1965년 정부가 내건 슬로건은 싸우며 일하는 해다. 따라서 ‘싸워서 일하고 싸우자’는 노래가 연일 울려 퍼졌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맞물려 잘 살자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