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원장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경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되던 백내장으로 개인병원에서 대학병원까지 여러 병원을 가봤지만 수술 중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모두 거부되어 포기자 상태로 지내던 환자가 지인의 추천으로 저희 병원에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시력은 눈앞 손가락의 수도 모를 정도였고, 앞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겨우 인지하는 정도였습니다.
검사 결과 백내장 정도가 너무 심해서 망막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고, 또 사진 촬영을 진행해도 결과는 흑백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망막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면 백내장 수술 후 시력이 얼마나 나올지 예상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며 정밀검사 기계나 육안으로 검사가 불가능해 전체적인 구조적 이상이 있는지만 확인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망막이 떨어지거나 안구 내에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그러나 여전히 망막의 기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며,
수술의 난이도도 난이도이지만 어렵게 수술하고 나서 시력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와 장시간 상담을 실시했습니다.환자분의 나이가 50대 초반이고 30대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백내장이 되어 반생을 한쪽 눈이 실명한 상태로 보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수술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해서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백내장도 심하고 수정체 지지대도 좋지 않아 공막고정술일 수도 있고 망막도 육안으로 함께 확인하기 위해서 유리체절제술도 같이 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 소독 후 눈을 뜨자마자 환자의 눈 상태에 다시 마음이 괴로워집니다.백내장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울음)
(참고로 저희 병원에서 사용중인 수술현미경은 현존하는 안과수술현미경중 가장 상위모델로 수술시야가 가장 잘 보이는 현미경인데 현미경으로도 이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울음)
수정체 핵경화가 매우 심한 백내장의 경우 초음파 사용량이 크기 때문에 각막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 수정체 낭외적출술(ECCE)을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백내장 초음파 기계가 좋아지면서 상당히 심한 백내장도 미세각막 절개로 수술이 가능하지만 아주 드물게 백내장의 정도가 매우 심한 경우 수정체 낭포외 적출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 환자도 초음파로 시도해 보았지만 각막 손상이 심해질 것 같아서 수술 중 낭포 적출술로 수술 방법을 바꿨습니다.
아래쪽에 갈색 사탕처럼 보이는 게 백내장입니다.백내장이 끝까지 가면 저런 색이 돼요.안과 의사는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올 정도의 백내장입니다.(울음)
수술 중 주변 조직의 손상 없이 백내장이 무사히 제거되었으나, 이렇게 백내장이 말기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수정체 지지대의 자연손상으로 유리체가 앞으로 나올 수 있어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하여
수술 중 관찰한 망막은 어느 정도 예상대로 정상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도했습니다.
백내장과 유리체까지 제거되어 깔끔하게 눈 속이 비치는 상황입니다.
(왼쪽) 수술전 망막사진| (오른쪽) 수술후 1개월 경과
수술 전에는 백내장 정도가 심해서 망막 사진을 찍어도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왼쪽) 수술 후에는 망막 사진이 잘 찍혔습니다.(오른쪽)
OCT(망막단층촬영)도 수술 후에는 어느 정도 촬영됐지만 중심부 망막은 이미 위축이 진행된 상태에서 시력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백내장/망막 수술 후 시력은 0.1 정도였는데 형태도 몰랐던 상황에서 이 정도라도 보여서 좋으면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20여 년을 백내장으로 인해 실명 상태에서 자포자기하고 아주 좋아 보인다고 여러 차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이런 수술 케이스를 해주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수술을 해서 시력이 얼마나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 수술 자체가 난이도가 높고 어려운 경우, 수술 중에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런 분들을 수술하고 환자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수술하는 안과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