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4.【MT 시리즈 04-05】 &

시리즈04 ‘MT컴퓨터공학’ 편은 저자분들이 논리와 알고리즘에 익숙해서 그런지 정리가 참 깔끔하다. 군더기가 없다고 해야 되나? 다른 시리즈들도 별다른 낭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범위나 배열, 개연성 등에 좀 더 정확도가 높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막연히 단일 저자인 줄 알았는데 세 사람이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진짜 기계랑 부품 같지 않아? 시리즈가 디자인과 규격을 통일하다 보니 얼핏 책을 넘겨보면 전혀 알 수 없지만 시리즈 하나하나를 읽어보면 이런 세세한 차이가 눈에 들어오는 게 상당히 묘미인 것 같다. 😀

진학 관련 의문, 컴퓨터 역사, 응용 분야, 각광 분야, 학과 수업 소개, 진로와 미래, 교수의 응원으로 마무리되는 이번 시리즈. 개인적으로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처음 접했는데 개념을 알고 주변을 돌아보니 ‘IT산업 발전방향의 중심이 이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또 어떤 개념이 추가되고 있는지 좀 더 빠르게 생각하고 세상을 돌아보지 않으면 다음 세대를 따라잡을 수도, 기회를 만들어가기도 어렵다는 경외심 어린 생각이 스쳐갔다.

이 책을 읽다가 넷플릭스의 인사이드 빌 게이츠라는 미니시리즈를 시청했다. 한동안 찐 채로 있다가 심호흡을 크게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보고 있자니 너무 웃겨서 단숨에 날아갔다. 빌 게이츠, 대단한 컴퓨터 천재이기도 하고 끔찍한 사람이지만 내가 정말 놀란 부분은 기술의 활용으로 이 남자가 해결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그 학구열, 그리고 국가와 정부, 자본과 선택이 대립하는 현실에서 ‘정답은 있지만 해결은 없는’ 리얼한 현실의 문제점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가장 큰 규모’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신선했다. 관점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가득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다. ‘환경공학’에 좀 더 가까운 내용이긴 하지만 지금은 공학에 컴퓨터가 연결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게 활용되고 있으니 이런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시청해 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별과 우주를 쫓는 사람들은 뭔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현실의 작은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 그 거대함에 해탈하려는 측면이 있다고나 할까. <MT천문학> 저자분도 뭔가 그런 독특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데 설명을 하나 마칠 때마다 우주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묘한 마무리가 어느 순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되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폭발한 적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흐흐흐 이런 마무리 패턴이 초반에 종종 등장한다.이 엉뚱한 포인트가 유쾌하게 다가온 이유는 천문학의 개념이 신비롭게 펼쳐지고 마지막에 묘하게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 드는 이 글쓰기가 책 전반에 걸친 분위기와 합쳐져 묘한 순수함에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혹은 <MT컴퓨터공학> 저자분들의 논리정연한 글쓰기에 익숙해져서 갑자기 들어오는 인간미가 재미있었는지도 모른다.(웃음)

이 교수님의 참신한 글쓰기에 저는 한동안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는데 뭔가 ‘완벽하다’는 게 절대적인 게 아니라 정말 ‘쓰임새가 한정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완벽하다’는 것도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 뭔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생각한 것 위에 더 큰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 (책을 읽다가 다른 생각에 많이 빠지는 편이라 진도가 잘 안나오네 ㅋㅋㅋ)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임의의 우주(출처: 네이버) 사실 천문학 관련 서적의 진짜 묘미는 바로 탄성이 절로 나는 사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위와 같은 이미지가 가상의 그래픽이 아니라 ‘진짜 사진’이라니..! 실제 우주의 모습이라니…! 너무 신기하다. 정말 이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너무 멀어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저자분은 그렇게 믿고 계신다.

퀘이사의 도식도(출처: 네이버) 중심으로 블랙홀을 들고 빛의 기둥을 내뿜는 퀘이사의 존재도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것 투성이의 우주다. 우주가 어느 역사든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걸 보게 되니까.

책 중후반부로 접어들면 국내 천문학 현주소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지리&경제&정치적인 면에서 한국이 다른 강대국에 비해 천문학에 특별한 이점을 가져다주지 못함에도 나름대로의 조건으로 길을 찾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천문학자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개개인의 별 같은 노력 덕분에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보다 진짜 같은 정말 멋진 세상이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