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주를…화평을… 더워지면

난 덕후다 솔직히 부정할 생각도 없고 덕후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어서 함부로 빠져나가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그냥 나는 덕후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다. 나는 보이는 자동차는 다 기억해서 자동차 엠블럼만 봐도 저게 무슨 브랜드의 차냐고 말했다고 한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그러셨다. 내가 원피스 주제가를 다 외워서 불렀대 10살에 2NE1을 너무 좋아해서 미투데이에 가입했다. 미투데이..아는 사람..? 12살에 해리포터 불사조 기사단의 전권이 우리집에 들어왔다. 그 후로 나는 덕질의 길을 따라 아주 빨리 걷기 시작했다.

덕질은 수렁이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헤어날 수가 없어. 사고방식이 오타쿠적인 사고방식으로 눈에 띄기 때문이다. 영화 끝나면 그냥… 그냥 후딱 떠날 수 있을까 그 캐릭터가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친구가 원했던 행복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지. 그리고 가슴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해리포터 책을 도서관까지 긁어모아 읽던 날 저는… 말포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게 문제였다 앞으로 나를 내쫓기 위해 온 나의 구원자… 하하… 영화도 봤어 온 가족이 모여 해리포터를 봤다. 나는 말포를 아주 좋아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풍요로운 존재, 태어나면서부터 악을 습득한, 그리고 무엇보다 톰 펠튼의 얼굴을 한 캐릭터. 나는 그가 잘못을 저지르고 해리포터와 함께 걷는 상상과 그가 행복해지는 상상, 결국 죽는 상상까지 했어요.

그때 꽤 유행했던 sns 계정이 카카오스토리였다. 카카오스토리로 잘만 타고 가면 덕후들이 모였던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단지 아폴로 구입한 것을 업로드한 계정에서 해리포터 계정을 발견한 나는 그들이 올린 암호와 같은 글을 읽게 된다.Likes! Sherlock MarvelHarry PotterDoctor Who Super Natural Twilight ETC.

해리포터만 읽던 나는 어벤져스를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악당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과거에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갖고 있었고,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쁜 짓을 했고, 아픔을 가진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록키는 매우 기이한 캐릭터였다.

그렇게 마블에 열광하고 엄마를 모시고 롯데시네마 천호에서 가장 작은 관, 심야 영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해리포터와 마블에 미쳐 2012를 보내면서 2013년 초부터 덕후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셜록이 돌아올 나이였기 때문이다. 나도 지지 않으려고 셜록을 보기 시작했고, 내 인생은 얼마 안 남았어. 내 인생이 실시간으로 엉망이 돼 버렸다는 거야. 셜록은 정말 뇌를 말끔히 씻어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그 타이포그래피가 화면에 떠오르는 것을 감탄하면서 보고 싶다. 피아노를 다 잊어버렸지만 유일하게 칠 수 있는 곡이 셜록 오프닝 테마다. 나는 정말 진심이었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이었다. 취향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드라마의 경계를 넘은 나는 동시에 록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가장 핫했던 드라마가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였다. 이른바 마마 퍼트다. 스킨스는 나보다 조금 위이고 블리자턴은 아래 세대다. 나는 엄마 팻 세대다. 마마패트는 참고로 90년대 영국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브라 팬이다. 그러니까 오아시스니 브라니, 온갖 브릿팝 밴드가 내 귀를 튕겨나갔던 것이다. 더구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웨이드와 스미스,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헤어날 수 없는 덕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광란의 2013년이 지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영화를 닥치는 대로 보기 시작했다. 정말 내 생애 가장 영화를 많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미친 듯이 영화를 보고 50/50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면서 조지프 고든 레빗에게 푹 빠진다. 다크월드도 이때 개봉했다.)저고레와 함께 2014년에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에 빠져들어 (비정상회담의 최애멤버는 누구일까?) 호빗을 보게 된다. 덕질의 끝판왕 격인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게 코가 벌어져 영화 속에서 내 마음을 애타게 만든 에이던 터너를 보기 위해 영어도 못하는 중2가 새벽 6시부터 bb ciplayer에서 폴닥을 본방사수하면 2015년도 여름에 개봉한 덕질의 끝판왕, 할리우드의 슈퍼스타 라스트무비 스타. 그리고 아버지의 스타워즈 456123 강제주입으로 스타워즈 7편을 보러갔고 나의 해외 연예인 덕후활동의 정착지를 찾게 된다.

그렇게 톰 크루즈와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아니 진짜 개가 진지한 상태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열심히 올라간다. 도중에 스타워즈 레벨스에 직접 와 다시 한 번 아이피를 우회시켜 디즈니의 xd를 보고 학교를 조퇴해 잠실월터에서 6시간 동안 기다리며 톰 크루즈의 실물을 마중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고등학교 2학년때 정말 우연한 계기로 드라마를 보게된다.

나는 원래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영도를 보는 시간도 바쁜데 한도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하필 우리 엄마가 라이프 온 매스를 유튜브 클립으로 보셨을 거야 하필 내가 옛날에 라이프 온 매스 원작을 장난치면서 (왜냐하면 배우가 영국의 자존심을 존중했기 때문) 몇 회 봤을까 그렇게 종영까지 4차례 남은 방송매스, 1주일 만에 다 보고 본방을 달렸고,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나는 그 순간 생각했다. 한국에서 영화나 드라마 해봐도 되겠다 왜 그럴까그리고 성 더 게스트가 뛰쳐나왔다. 손 더 게스트는 판타지 이야기에서 얼마나 주인공의 인생을 포르노적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가의 예시 같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캐릭터 디벨롭을 쓴다면 이름을 ‘화평’이라고 붙이지 말아야 한다ㅠㅠㅠㅠ정말 오로지 덕심에서 본,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저당 잡힌 나는 난생 처음으로 체육대회에서도 만들지 않은 플래카드를 만들었다. 그렇게 게스트를 열심히 모시던 나는 국내 2.5d 덕후 활동의 최고봉인 불한당을 만나게 된다. 불단은 나를 판소리 복서로 물려받았다. 국내 판소리 복서 차왕 2위다. 내가 우리 집에 권투 글러브 있어. 사실 끝나기 하루 전 열 번 넘게 본 병구 배우 팬 여러분 앞은 내가 사인을 했다. 박 관장 황도 건재하다는 얘기다. 우리의 희애만 생각하면 나는 그냥. 죽어도 돼 그리고 레슬리와 원가위좋아했던 사람들과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들이 많아서 정말 세상에 넘쳤고,

그렇게 나는 영화과에 왔다. 지금 생각하면 예상된 경로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덕후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영화과에 온다. 하지만 라이프온 매스만 아니었다면 나는 영어영문학과에 다녔을지도 모른다.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유를 모르거나 재능을 알 수 없는 늪에 서 있는 영화과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만약 영문학과에 가서 영어 문헌을 보면서 에세이를 썼더라면 내가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회피 성향이 워낙 강해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하고 끝까지 피하는데, 영화 일은 1학년이라 힘들고 졸업하고 뭐 해서 먹고사는지 불분명해 왕자웨이를 좋아하지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가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여기서도 덕후다 나는 인생이 덕후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예술은 덕후라고 생각한다 교수님들 다 덕후다 매니악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모두 오타쿠라는 것이다.

다시 덕질 이야기로 돌아가 나는 달이 더워지면 라이프 온 마스 생각을 한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게스트들을 자주 생각하고 새벽의 여명이 보이면 썰렁해진다. 술 마시고 택시 타면 해피투게더 생각이 든다. 까치가 날면 호빗 생각을 하고, 황사 바람이 불면 스타워즈를 생각한다. 나는 왜 덕질을 멈추지 않는가? 사람에 이끌려 외로운 밤이 계속되더라도 어딘가 돌아가는 세계관이 나를 반겨주기 때문일까. 덕질이 마냥 기쁘지 않은데, 그래도 덕질을 놓지 못하는 나는 덕질을 하면 행복하기 때문일까? 그러니까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덕질을 해야 하는 걸까?

더워지고 여름이 되었다. 뜨거운 여름이 돌아오면 나는 오렌지 가죽 재킷을 입은 태주와 인성시 강력 3조를 그린다. 88년도로 돌아간 한태주는 살 만하냐. 행복할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외로웠던 18년도를 모두 버리고 다시 88년도로 돌아온 대주야, 거기는 살 수 있니? 행복하다고? 그럼 됐어 그래그래 모든건 너만 행복하면 되는거야

솔직히 다들 라이프 온 마스를 봤으면 좋겠다사실… 다… 왕가위 영화도… 판소리 권투 선수도…판소리 권투선수는 진짜 제발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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