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나 혼자 산다’ 기안84 왕따 논란 보고

지난주부터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괴롭힘 논란에 빠져 있다. 나는 원래 TV를 자주 보는 편이다. 가끔 TV 채널을 돌려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나 혼자 산다’다. 그래서 처음부터 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중간에서 보거나 거의 끝날 무렵에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 주말이었나? TV 채널을 돌리게 된 장면이 있는데, 기안84가 어느 마을회관 같은 곳의 마당에서 접이식 욕조에 들어가 있던 장면이다. 사실 그 장면만 45분 정도 보고 TV를 껐다. 그런데 그 방송분이 기안84 괴롭힘 논란을 일으킨 부분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관심 있는 사람은 상황을 대충은 아니까 굳이 얘기하지 않는다. 검색만으로도 쏟아지는 게 관련 기사니까.

이번 논의는 새롭지 않다. 인물, 장소만 조금 바꿔보면 우리가 주변에서 직접 보거나 들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당하게 따돌리지 않아도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그것은 아이냐 어른냐를 떠나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솔직히 짜증이 났다. 물론 내가 기안84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의 팬도 아니다. 심지어 그의 작품인 패션왕은 중간부터 읽지 않았다(주인공이 인랑으로 바뀌었던 논란의 그 부분부터). 어쨌든 내가 기안84의 작품을 보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10년이라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연재를 마무리했다. 뭔가 하나를 10년 동안 해왔다는 건, 그리고 그걸 끝냈다는 건 축하하는 게 맞다.

이번 논란의 방송분은 다름 아닌 기안84가 연재를 마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이나 제작진은 그런 중요한 기안84라는 작가에게 소중한 자리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기안84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출연진이나 제작진은 그걸 몰래카메라였다며 코로나 시국이라 참여하지 못했다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논란이 되자 “제대로 된 사과문도 없고 괴롭힘 등은 없다”는 논조의 글과 함께 당사자인 기안84도 괜찮다고 했다는 글을 남겼다.

생각해보자. 왕따의 자녀가 있다. 걔한테 ‘너 괴롭히라고 하는데 너 괴롭히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너를 놀렸는데 괜찮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기안84에게 ‘나 혼자 산다’는 어쨌든 지난 몇 년간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기분이 나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그동안 가끔 방송을 통해 봤던 기안84라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더라도 솔직하게 대답하는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마음속으로 삼켜도 괜찮다고 대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근거로 대수롭지 않은 듯 대응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최근 본 한 뉴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 뉴스 내용은 이렇다. 일본에서 여중생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지만 해당 학교 교장이 숨진 피해 학생 1명보다 살아있는 가해 학생 10명의 남은 삶이 더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을 그대로 이번 논란에 씌워보면 제작진은 기안84의 연재 종료를 축하하기보다는 그것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방송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겨우 10년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 초등학교에 다닐 정도의 시간이다. 그리고 작가에게 작품은 고민과 고통과 고뇌의 산물이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으며 누구도 이를 비웃지도 비웃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끝낸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는 누구나 함께 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걸 단순한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게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자 출연진이다.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그 장면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보다는 이상하다, 재미있다 이런 반응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걸 즐길 수 있을까?

정말 몰래카메라였다면 전현무가 아무도 안 온다고 했을 때 당황하는 기안84 앞에 다들 짠! 하고 등장하면서 축하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본인들이 변명한 대로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다면 적어도 그 장면이 방송되는 동안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정말 코로나19가 문제였다면 애초에 참여하도록 속일 게 아니라 축하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보면 제작진도 출연진도 뭐가 문제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전형적인 괴롭힘 가해자의 모습이다. 자기들은 괴롭힌 게 아니라 장난을 쳤다거나 그냥 재미삼아 그런 거다. 똑같은 변명을 늘어놓는 왕따 가해자들 말이다.

예전에는 TV를 남달리 봤지만 지금보다는 많이 봤다. 그러다 방송을 안 보게 된 것은 유독 예능을 안 보게 된 것은 가학적이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는 방송 내용 때문이었다. 누군가 한 사람을 놀리거나 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예능은 보고 싶지 않았다. 또 과도한 설정이나 행동·언동이 넘쳐나는 것도 거슬렸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았지만 이번에 ‘나 혼자 산다’ 괴롭힘 논란을 보면서 근본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여전히 그렇게 누군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으로 재미를 느끼고 누군가를 무시하는 그런 방송.아무래도 TV를 안 볼 것 같아. 특히 예능은 더욱 그렇다. 앞으로 TV는 뉴스나 영화만 볼 것 같다.

뭐… 어쨌든, ‘나 혼자 산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진심으로 기안84에게 사과하고 축하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기안84는 방송만으로 친한 척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정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연재의 마무리를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인 친분도 없고 독자도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로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 중에 정말로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전에 김영하 작가가 이런 얘기를 한 것 같은데…살아보니 인생에서 친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이런 말도 기억한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문장이 정말 잡담인거 같은데.. 카테고리가 말 그대로 잡담이니..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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